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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도박사 밥(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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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도박사 밥(1956)
  • 의약뉴스
  • 승인 2016.01.0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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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기 힘든 강력한 중독현상의 하나로 도박을 든다. 도박은 마약이나 알코올 혹은 오르가슴처럼 강렬한 희열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래서 한 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지 못한다.

도박의 역사는 깊고 넓어 어느 시기 어느 장소를 특정할 수 없다. 1950년 대 프랑스.

천국과 지옥의 두 가지 모습을 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영원한 이방인인 몽마르뜨르에도 도박꾼 들이 득시글하다.

카지노장이 널려 있고 거리의 술집에는 게임용 카드가 흔하다. 흔들리는 가로등 불빛, 더 큰 차에 대한 욕망, 나이트클럽의 음악과 샴페인은 이 거리에서 빠질 수 없다.

장 피에르 멜빌 감독은 <도박사 밥>( 원제: Bob le Flambeur) 을 통해 벌건 대낮에 도박을 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는 도박광들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한 때 전설로 통했던 밥( 로베르 몽다뉴)도 몽마르뜨르를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밥은 얕잡아보는 ‘꾼’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사’다. 그래서 제목도 ‘도박꾼 밥’이 아닌 <도박사 밥>이다.

밥은 20년 전에 은행털이 경력이 있으나 죄 값을 치렀고 세월이 흘러 이제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아도 될 현명한 나이가 됐다. 막 흰머리가 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풍모 좋은 중년의 사내는 잘 생기고 여유가 있어 가판대 신문을 사고 거스름돈을 받지 않는 넉넉한 인심도 보여준다.

검은 세계의 보스들이 대개 냉혈한 면도 있지만 강자보다는 약자나 악보다는 선 쪽에 관심을 기울여 관객들의 호감을 사곤 하는데 주인공 밥도 예외는 아니다.

밥은 경찰반장이 위기에 처했을 때 총 쏘는 자의 팔을 쳐서 그를 구해주고 바의 여주인에게 큰 도움을 주기도 한 인정많은 사람이다. 또 안느 (이자벨 코리)를 딸처럼은 아니더라도 함부로 대하면서 노리개로 삼지 않는다.

대신 몽마르뜨르를 배회하지 마라, 그러다 거리에서 인생 종친다는 훈계를 한다. 불쌍한 안느에게 아파트 열쇠를 흔쾌히 빌려 주기도 하는데 이는 금발이며 어리고 예쁘고 가슴이 큰 안느와 동침하려는 음흉한 생각 때문이 아니다. (보스가 지켜야 할 선을 지킨 밥은 갱의 두목이면서도 마지막에 죽지 않고 거액의 돈을 딴다. 만약 그가 안느와 동침했다면 그를 아버지처럼 따르던 파올로에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밤에는 주사위 게임을 하고 낮에는 자고 다시 어둠이 내리면 도박을 하는 밥은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돈을 잃고 이제는 거의 빈털터리 신세가 된다.

울적한 밥은 친구를 통해 카지노에 8억 프랑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카지노를 털겠다는 계획을 꾸민다. 언제나 누군가처럼 되고 싶어 그를 따르는 파올로( 다니엘 코시)가 먼저 나선다.

이후 사람을 모으는 일은 왈츠가 연주되듯 자연스럽다. 완벽한 평면도를 구하고 금고를 따는 예행연습을 하고 만반의 준비가 착착 진행된다.

이 와중에 돈을 더 챙기려는 조직원이 배신하기도 한다. 계획은 경찰의 귀에 들어간다. 잠자리에서 파올로는 애송이답게 연인인 안느에게 계획을 누설하고 안느는 또 다른 잠자리 상대인 마이클에게 알리는데 경찰에 포주 경력으로 약점이 잡힌 마이클은 이 사실을 밀고하려 한다.

파올로는 밥을 통해 마이클이 안느와 잔 사실을 알고 격분해 전화를 거는 마이클을 등 뒤에서 권총을 쏴 죽인다. 인자한 밥도 경솔한 안느의 따귀를 세게 때린다.

거사당일. 손바닥에 에이스를 갖고 태어났다는 말이 실감나게 새벽 1시 30분 미리 카지노를 염탐하러 간 밥은 조직원과의 약속을 잊은 채 도박을 하기 시작한다.

부드럽게 돌아가다 자연스럽게 멈추는 바카라. 밥은 게임마다 승리를 거두고 그는 도박을 멈출 줄 모른다. 그의 오랜 연인인 행운의 여신은 그가 여기에 있는 이유를 잊게 만들었던 것이다.

테이블에 가득 찬 칩은 상상이상의 현금으로 바뀌고 밥은 카지노를 턴다는 생각마저 잊어버린다.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고 밥의 똘마니들은 행동개시에 나서다 파올로는 경찰의 총에 맞아 죽는다.

국가:프랑스
감독: 장 피에르 멜빌
출연: 로베르 몽따뉴. 이자벨 코리, 다니엘 코시
평점:

 

팁: 이 영화는 1960년대 새로운 사조였던 프랑스 뉴웨이브의 선구적 작품이며 누벨바그 발전에 큰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는 분위기에서 벌써 느와르라는 것을 앞서 알려준다.

저녁 무렵 하늘은 잔뜩 흐리고 희미한 가로등이 텅 빈 거리를 옅게 비추는데 그 아래로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간다. 이 정도 분위기라면 갱들이 출현하기에 적합한 배경이다.

도박영화이니 도박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그가 끝까지 버티더군. 뻥카 인 줄 알고 에이스 석장을 깠는데 풀 하우스를 가졌더군. 하루 종일 했는데도 카드가 안 질려. 아주 좋은 게임이잖아. 8억 프랑, 인생을 걸만 하군.

재미난 대화도 나온다. 저런 눈 가진 사람이 어떻게 굶을 수 있지. 너같이 가슴 큰 애들은 돈 많은 아저씨랑 사귄다. 매춘부를 이용해 생계를 이어가는 자를 포주라고 한다. 차타는 것 좋아하니? 네, 특히 8기통짜리요.

내 생각은... 네 생각은 틀렸어. 금고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어. 여자를 많이 사귀었지만 너 같은 애는 처음이야.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거 몰라. 그러라고 강요한 사람 있어.

자네가 알고 있다는 걸 나도 알고 있고 파올로도 알고 있었어. 범죄의도를 갖고 했으니 5년 형쯤 살 거야. 좋은 변호사 쓰면 3년쯤, 더 좋은 변호사를 쓰고 범죄의도가 없다는 게 드러나면 석방, 최고의 변호사를 쓰면 손해배상을 청구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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