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17 06:17 (수)
198. 서편제(1993)
상태바
198. 서편제(1993)
  • 의약뉴스
  • 승인 2015.11.20 1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권택 감독 앞에는 거장이니 거목이니 하는 수사가 붙는다. 한국 영화계의 전설이라는 표현도 있다. 과장된 말이 아니다.

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데뷔한 이래 100편이 넘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 중 절반이 데뷔 후 10년 안에 나왔다. 대단한 다작이다.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도 여럿 있다. <만다라> (1981) <길소뜸> (1985) <취화선>( 2002) 100번째 영화인 <천년학> (2006) 등이 그렇다. 다작이다보니 졸작도 무수히 많다.

오죽하면 감독 스스로 초창기 작품을 모조리 없애 버리고 싶다고까지 했을까.  그렇다고 이후의 작품들이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대표작 하나를 꼽으라면 조금 주저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영화들이 고만고만하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작품을 찾기 어려운 것은 참으로 애석한 대목이다.

 

<서편제>(1993)를 선택하면 그나마 다행일까. 소리꾼의 비정한 세계를 그린 이 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명성이 과대 포장됐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이 정도면 그런대로 괜찮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만들게 한다.

서울에서만 한국 영화사상 처음으로 1백만 명이 넘는 관중을 동원해 질과 양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

우리 것이 소중한 것이여! 라는 유행어를 낳을 만큼 인기 만점이었는데 당시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바람과 맞아 떨어지면서 신드롬 현상까지 만들었다.

소릿재 고개를 넘어 소릿재 주막을 찾아온 동호(김규철)는 주막아낙의 소리를 들으면서 유봉(김명곤)과 송화( 오정혜)와 함께한 한 서린 지난날을 쫓아간다.

어디서 왔는지 행적이 불분명한 떠돌이 죄인 유봉이나 유봉의 딸이라고는 하나 실제 딸이 아닌 송화나 유봉이 한 때 정부로 데리고 있던 여자의 아들인 동호나 맺힌 한으로 치면 누가 더 할 것도 덜 할 것도 없을 만큼 막상막하다.

그러니 이들의 삶이라는 것이 애초 보통 인간의 그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를 터이다. 아니나 다를까. 동네사람 눈치 보지 말고 어디 먼데로 ‘까짓것 뜨’ 려던 동호 어미는 유봉의 자식을 낳다가 산고로 죽는다.

유봉은 어린 두 남매를 데리고 남도의 이 고장 저 고장을 정처 없이 떠돌면서 소리로 하루하루 먹고 산다.

그런 어느 날 머리가 큰 동호가 유봉의 곁을 떠난다. 불투명한 현실과 장래 없는 삶에 미련을 버린 것이다.

동호가 떠나자 홀로 남은 송화는 소리만 하면 만사 잊고 행복해지기는 커녕 유봉의 북장단에도 소리를 하지 않고 시름에 잠겨 있다.

어떻게든 소리를 시켜야 하는 유봉은 난감하기 그지없다. 한약재인 부자를 강하게 타면 눈이 먼다는 사실을 안 유봉은 송화 몰래 약탕기에 부자를 넣고 결국 송화는 눈이 멀게 된다.

앞을 못 보는 송화는 가슴속 한을 품고 그 한을 소리로 풀어낸다. “ 아부지, 저 소리 배우고 싶어요. 심청가 배우고 싶어요.”

주인이 떠난 소릿재 주막 언덕에서 골짜기를 보면서 피토하듯 소리를 익힌 송화는 제법 멋드러진 소리를 질러 읍내 한량들의 인기를 얻고 떠났던 동호도 제 몫을 하는 성년으로 자란다.

동호는 소릿재를 찾아 눈이 먼 누이와 아비의 행적을 쫒고 마침내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하면서 살아가는 송화를 만난다. 유봉은 오래전에 죽고 없다.

두 사람은 밤새 북을 치고 소리를 한다. 송화도 북장단을 맞추는 이가 동호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알고는 있지만 끝내 모른 체 하고 그런 송화를 뒤로 하고 동호는 버스를 타고 서울로 떠난다.

국가: 한국
감독: 임권택
출연: 김명곤, 오정혜, 김규철
평점:

 

팁: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동편제는 무겁고 맺음새가 정확하다면 서편제는 애절하고 정한이 많다고들 하지. 하지만 한을 넘어서게 되면 동편제도 없고 서편제도 없고 득음의 경지만이 있을 뿐이다.”

이처럼 동편제가 특별한 기교 없이 곧게 내질러 ‘목으로 우기는 소리’, ‘막 자치기 소리’라고 하는 것은 거칠고 호방하기 때문이다.

반면 서편제는 동편제에 비해 음이 낮으며 섬세한 기교를 요해 들으면 들을수록 간장이 끊어질 듯 애절한 맛이 있다. 정교하고 감칠맛은 동편제에 비할 바가 아니다.

섬진강을 중심으로 남원 구례 순창등지에서 부른 소리를 동편제라고 하면 광주 나주 보성 등지에서 부른 소리를 서편제라고 한다.

전남 완도군 청산도의 어느 마을 입구에서 흰 두루마기, 검은 치마를 입고 부르는 진도아리랑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볼 만한 대목이다. 섬의 아름다운 풍광에 맞춰 어깨춤을 추면서 내 지르는 소리는 소리만 들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화면은 조금 길고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소리가 워낙 좋고 익숙하기 때문에 관객들과 배우가 하나가 되는 느낌이 있다.

이미 경지에 오른 김명곤과 오정혜가 부르는 소리는 들을수록 좋다. <서편제>의 인기에 힘입어 일반인을 상대로 한 판소리 강좌가 인기를 끌었고 우리의 전통 예술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이청준의 작품이 원작인데 원작에는 없는 내용이 많이 들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