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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어메리카(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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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어메리카( 1983)
  • 의약뉴스
  • 승인 2015.05.2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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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미국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갱들이 설치는 시대도 있었다.

위대한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를 통해 그 시절 그러니까 1921년 1933년 1968년 세 시기에 걸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무려 4시간이 넘는다. 긴 러닝타임을 서두에 꺼내는 것은 그만한 시간 투자를 엄두에 내지 못할 관객은 두 손을 들라고 미리 알려주기 위해서다. DVD 두 장에 꽉 차 있는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한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하지만 누들스( 로버트 드니로)와 맥스( 제임스 우즈) 그리고 데보라( 어린 데보라 제니퍼 코넬리, 큰 데보라 엘리자베스 멕코번) 등이 펼치는 우정과 배신, 음모와 살인, 돈과 향락을 보고 있노라면 벌써 끝났어? 하는 아쉬움을 느끼는 관객도 있을 수 있다.

긴 시간이지만 지루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니 어느 날 별로 할 일도 없고 해봤자 표 나는 일도 아닌 것에 시간을 보내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이 영화를 보면 좋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1921년 누들스는 좀도둑이다. 아버지의 등쌀, 어머니의 극성을 피해 화장실에서 생활한다. 또래의 꼬맹이들과 합세해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거리에서 행인의 주머니를 털거나 취객을 상대로 하는 퍽치기가 주특기다. 

그러던 어느 날 맥스를 만나 조직을 꾸리고 당시 힘센 벅스 일당과 세력 다툼을 벌인다. 자릿세를 내지 않는다고 노점상을 불태우고 미성년자와 섹스를 하는 경찰을 협박하는 등 생김새는 어린애나 하는 일은 어른 뺨치고도 남는다.

 

첫사랑 데보라도 맥스처럼 운명처럼 다가온다. 데보라는 조직원인 뚱보의 동생으로 발레를 연습하는 연기 지망생이다. 요염한 눈빛은 누들스 아닌 그 누구라도 사내라면 빠져들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깜찍하다.

화장실 벽에 구멍을 뚫고 데보라가 발레를 추는 모습을 훔쳐본다. 데보라도 자기를 몰래보는 루들스의 존재를 안다. 옷을 홀랑 벗어 뒷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고 화장실에 벌레가 살고 있다며 누들스를 놀려 주기도 한다. 

아빠가 자리를 비운 유월절. 누들스는 문을 잠그지 않고 기다리는 데보라와 단 둘이 있는 절호를 기회를 잡는다. 데보라는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고 누들스는 데보라와 평생을 함께 할 것을 다짐한다.

키스를 하고 막 결정적인 순간인데 맥스가 밖에서 부른다. 이 장면에서는 여자보다 친구가 더 중요하다. 밖으로 나온 누들스는 벅스 일당에게 두들겨 맞아 피투성인데 데보라는 등뒤로 문을 밀면서 누들스의 애절한 외침에도 문을 열지 않는다.

벅스 일당과 세력다툼은 치열해 지고 조직원 중 한 명이 총에 맞아 죽는다. 분노한 누들스는 재크 나이프로 벅스와 경찰의 배를 마구 쑤신다.

1933년 누들스는 형기를 마치고 철창이 높은 감옥에서 바깥세상으로 나온다. 아직 젊은 누들스는 그해 사망한 것으로 돼있는 옛 동료의 묘를 찾고 거기에 걸린 열쇠로 그 옛날 숨긴 가방을 찾는데 그 안에는 돈이 가득 들어있다.

가방을 들고 나서는데 죽지 않고 살아있는 맥스 일당이 기다리고 있다. 맥스는 더 이상 좀 도둑이 아니다. 뚱보네 가게에 유령회사를 차려놓고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이들은 다시 뭉쳐 갱 사업을 더 확장한다.

이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예사다. 보석상을 털면서는 여자와 서로 재미를 보기도 하고 보석과 돈을 교환하면서 상대편을 기관단총으로 무자비하게 살해한다. 여기에 죄책감은 없다.

누들스가 사전에 죽인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맥스를 나무라자 맥스는 태연히 그러면 네가 순순히 동참하지 않을까봐 라고 말한다. 살인과 감옥의 경험이 있는 누들스는 조심스럽다.

세력이 커지면서 누들스 일행은 정치권은 물론 노조와도 연대를 하는 등 그야말로 문어발식으로 세력을 확장한다.

맥스는 장관으로 변신에 성공했으나 운송노조와 부적절한 결탁은 물론 부당거래, 뇌물수수, 마피와와 연계 등으로 위기에 몰려있다.

그 사이 경찰은 경찰청장이 돼서 노조를 무참히 탄압하는데 누들스 일행은 득남한 청장의 아들을 딸로 바꿔치기 하면서 노조를 돕기도 한다.

누들스는 허리우드에서 배우로 성장한 데보라를 만난다. 데보라를 위해 만찬을 준비한 누들스. 내가 좋아한 유일한 사람이라는 데보라의 말을 듣지만 최고가 되고 싶은 데보라는 다음날 허리우드로 떠나려고 한다.

배웅하는 차안에서 누들스는 키스는 허용하지만 섹스는 거부하는 그녀를 힘으로 제압한다.

바지를 추스르면서 차에서 내린 누들스는 만족감으로 행복했을까, 아니면 사내답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후회할까.

두 사람은 이후에도 한 번 더 만난다. 영화가  길으니 아니 만날 수 없다. 금주법이 끝나고 돈 줄이 끊어질 위기에 처하자 맥스는 중앙은행을 털기로 작정한다. 미친 짓이며 죽을 것을 알기에 누들스는 몰래 경찰에 신고한다.

시간은 흘러 1968년. 롱아일랜드에서 열리는 베일리 장관의 파티에 누들스가 참석한다. 영화는 막바지로 치닫는다. 여기서 더 영화의 줄거리를 말하는 것은 사족이다.

다만 청소차가 지나가면서 야채를 톱니바퀴 같은 것으로 갈아 대는 장면이 다소 길게 나오는 것으로 보아 장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영화가 끝나자 정말 오래 달려왔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마라톤을 끝낸 주자가 느끼는 후련함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로 가면서 느슨하고 늘어지고 시간의 교차 흐름이 어색해 옥의 티로 남는다.

마치 누들스가 아편을 하면서 꿈속을 헤매는 것 같이 뒤엉켜 있다.

국가: 이탈리아/ 미국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
출연: 로버트 드니로, 제임스 우즈, 제니퍼 코렐리, 엘리자베스 멕코번
평점:

 

팁: 229분으로 개봉한 영화는 칸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미국에서 139분짜리로 잘린 영화는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잘린 부분이 많아 내용이 파악조차 어렵기 때문이었다.

2012년 칸에서 246분으로 재개봉했고 2015년 5분이 추가된 251분짜리 감독 확장판이 나왔다. 우리나라는 어두운 시절 100분짜리로 가위질당해 가장 짧은 개봉시간을 기록했다. (지난 4월부터  251분짜리 영화를 재개봉했다.)

세르지오 감독과 오랜 협력관계를 유지했던 엔니오 모리코네의 영화음악이 대단하다. 누들스의 조용하고 심약한 부분과 맥스의 한 성미 하는 다혈증 성격이 갈등을 일으킬 때 가장 슬픈 소리를 내는 악기로 알려진 팬플룻이 흐르는 OST를 들으면 묘한 감흥이 인다.

몰입하면 비틀스의 예스더데이도 들린다.

권총의 총신으로 유두를 자극하는 장면이나 흰 천이 나풀대는 2층집에서 경찰과 누들스와 맥스가 차례로 벌이는 섹스 행각, 누들스가 차안에서 데보라를 겁탈하는 (이 장면을 카섹스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모습, 때려 달라고 애원하면서 벌이는 보석상 털이 장면 등은 감칠맛을 더해준다.

한편 주인공 로버트 드니로는 최근 열린 뉴욕대 예술대 '티시 스쿨' 졸업식 축사에서 자신이 배역을 따기 위해 했던 숱한 노력과 거절당한 사실을 이야기 하면서 지금 배역을 얻지 못하면 다음에, 다음에도 얻지 못하면 그 다음에 배역을 얻게 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졸업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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