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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노만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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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노만희 회장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4.05.22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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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피해자 충분한 치료 받아야 합니다

“예산타령하지 말고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범위도 넓히고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막대한 인명피해를 남긴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나가는 시점이지만 세월호가 남긴 후유증으로 온 나라가 깊은 슬픔에 잠겨있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 특이할만한 점은 지금까지 재난사고가 중증외상환자 치료 및 환자분류, 응급환자 이송체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이번엔 정신건강적인 측면까지 다룬다는 것.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 등 의료계를 필두로 경기도 등 각 지자체는 세월호 피해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까지 정신적·심리적 치료에 나서고 있다.

최근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를 방문한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노만희 회장(노만희정신과의원 원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에 따른 정신건강과 향후 관리방안 등에 대해 말했다.

노 회장은 “경기도와 안산시는 소아청소년정신과전문의 190여 명, 전문상담인력 50여 명으로 구성된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를 설립해 심리치료 기능을 강화했다”며 “직접 피해자나 가족들을 만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격려하고 도움을 줄 것을 찾기 위한 차원에서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피해 학생의 부모․친척을 비롯해 구조자, 단원고 교사, 일반 시민 등 이들의 정신건강 회복을 돕고 심리치료를 위한 인적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며 “문제는 그분들 중 상담을 원하는 케이스가 많지 않다는 점인데 피해 학생 부모의 경우, 자식을 먼저 보낸 상황에서 정신적 상담을 받으려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힘들어도 참고 있다”고 전했다.

 

단원고 교사들도 큰 충격을 받았지만 상담 받는다고 하면 오해를 받을 것 같은 생각에 못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게 노 회장의 설명이다.

노 회장은 “아직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현이 덜 됐을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가라앉는 경우는 PTSD가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정도가 심해지는 것이 진짜 PTSD”라며 “한 달 두 달이 지나면서 더 떠오르고 더 불안해지고 더 우울해지는 것이 PTSD이기 때문에 지금 찾아오는 사람 수가 적다고 해서 무시해선 안되며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예측되는 상황을 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 가족들을 찾아다니면서 고위험이 보일 경우 도움을 받으라고 권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PTSD가 한 번 생기면 2~3년간 지속되는 경우도 많고 외상에 대한 충격이 만성화될 수 있다는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은 쉽게 지워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살펴야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고, 이런 이유로 지속적인 추적이 필요하다는 게 노 회장의 설명이다.

노만희 회장은 정신의학 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노 회장은 “정신과에는 재난정신의학이 있는데 의사들도 재난을 직접 겼는 일은 별로 없지만 학회, 의사회, 정부가 머리를 맞대면 재난에 대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세월호 사고는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회 회원들이 초반부터 제대로 대응을 했다”며 “사고 대상 대부분이 청소년이기도 했지만 경주리조트 사건을 통해서 개입을 조금씩 해본 경험들이 있어 발 빠르게 대처를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노 회장은 예산 운운하기 보다는 세월호 사고 피해자에 대해 국가가 적극 지원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월호 사고 피해자에 대한 모든 것은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며 “피해자라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애매할 수 있지만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는 예산타령하지 말고 피해자에 대한 범위도 넓히고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재난방지도 중요하지만 재난이 벌어졌을 때 신체적인 손상은 기본적으로 보상해야하는 것이고 추후 발현할 수 있는 정신건강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며 “이런 것들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가 관리해야하는데 아직 그 정도 수준까지는 아닌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노 회장은 “세월호 사고를 통해 피해자의 정신건강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며 “그런 의미에서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회의 발빠른 대처 등이 향후 발생할 지 모르는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롤모델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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