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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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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
  • 의약뉴스
  • 승인 2014.01.0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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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등쳐먹는 여자나 여자를 이용하는 남자는 어디에나 있다. 또 언제나 있어왔다. 블레이크 에드워드 감독의 ‘티파니에서 아침을’( 원제: Breakfast at Tiffany's)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속된말로 ‘찌질남’에 ‘된장녀’다.

홀리(오드리 헵번)는 늙은 죄수를 일주일에 한 번 면회하는 대가로 100달러라는 거액을 받고 화장실에 갈 때마다 50달러를 남자에게 받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폴(조지 페파드)은 유부녀(페트리사 닐)와 하룻밤 자주고 300달러를 받는 통 큰 기둥서방이다.

이들이 서로 만났으니 나누는 대화나 관심 있는 분야는 이미 정해져 있다.

영화는 홀리가 뉴욕의 보석상 티파니 앞을 어슬렁거리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봉지에 든 빵을 먹고 테이크 아웃한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시작한다.

등이 대각선으로 깊게 파인 드레스를 입고 커다란 네 줄의 진주목거리와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주먹만 한 귀걸이를 하고 있다.

홀리가 걸을 때는 검은 옷에 감춰진 엉덩이가 좌우로 크게 실룩이는데 척보면 눈을 가린 선글라스가 아니더라도 ‘거리의 여자’로 안성마춤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어떤 이유에서인 창녀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쇼 윈도우를 보는 것이 목적이니 급할 게 없고 여유 그 자체다.

어느 날 아파트 위층에 폴이 이사를 온다. 작가로 소개했지만 글로 먹고 살기 보다는 잘 생긴 얼굴과 근육질의 몸매를 무기로 여자를 홀리기에 적합하다. 두 사람이 위 아래층에서 사니 억지 설정을 하지 않더라도 오가는 길에 한 두 번 만나게 되고 만나다 보니 서로 호감을 갖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더구나 홀리가 어떤 여자인가. 첫 장면에서 익히 보아온 대로 여자는 여유를 무기로 또는 미모와 몸매를 앞세워 천방지축 제멋대로다.( 애초 마릴린 먼로가 홀리역으로 결정됐다고 한다.) 열쇠를 잊어버리기 일쑤이고 하는 행동은 즉흥적이다.

이제 막 섹스를 끝내고 돈을 받고 담배를 피면서 잠시 쉬고 있는 남자의 품에 안겨 잠을 자는 골빈 여자다.

그녀는 말한다. “나는 티파니가 너무 좋다. 어느 날 갑자기 우울하거나 슬퍼질 때 살이 쪘거나 비가 내릴 때면 아주 비참해 진다. 이유 없이 두려워지는 그런 날, 택시를 잡아타고 티파니에 간다. 그럼 기분이 금방 회복된다. 그곳엔 평안함과 고고함이 있다. 그곳에서는 나쁜 일이 생기지 않는다.)

아파트라는 공동생활에는 아랑곳없이 이제 막 목욕을 끝낸 것 같은 편한 차림으로 (머리를 뒤로 말아 올리고 흰 수건으로 감쌌다.) 창가에 앉아 기타를 치며 ‘문 리버’를 부르거나(영화에서 첫 장면과 함께 아주 유명한 장면으로 자주 언급된다.) 경찰이 출동하는 요란한 파티를 열기도 한다. 한 마디로 구제불능이다.

하지만 이런 여자, 좋아하는 쥐새끼들(생쥐는 물론 왕쥐도 포함.)이 있다. 아니 널려 있다. 폴도 그 중의 한 명이다. 홀리는 다른 여자가 부양하는 남자, 여자한테 돈 받는데 익숙한 남자, 폴에게 돈을 주는 추태까지 부린다. 그리고 쫓아낸다.

그리고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사과하고 한 번도 안 해 본 것을 해보자며 뉴욕의 거리를 헤매기도 한다. 티파니 보석가게( 마치 종로 3가의 보석상을 보는 듯하다. 작은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에 들러 아이쇼핑을 하고 과자봉지에서 나온 경품 반지에 글씨를 새기기도 한다.

 
다이아몬드를 제외하고는 보석에는 관심이 없는 듯이 티파니를 나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기도 한다. 가게에 들러 생쥐 마스크를 쓰고 그냥 나오기도 하는 등 멋진 데이트를 한다.

폴은 이제 홀리에게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1000달러의 유급휴가를 주는 유부녀와 결별하고 그녀를 사랑한다. 그 사이 늙은 죄수의 돈을 받던 홀리는 마약상과 연관돼 경찰의 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르지만 여전히 브라질의 거부와 결혼할 생각에 빠져서 4천개의 불규칙 동사가 있는 포르투칼어를 배우기도 한다.

하지만 돈 많은 브라질 남자는 그녀를 찬다. 그러자 홀리는 내 이상형이 아니라고 된장녀 다운 허세를 부린다.

“네루나 슈바이처 혹은 번스타인이라면 몰라도.”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택시안에서 폴은 사랑을 고백하지만 여자는 외면한다. 데리고 있던 고양이마저 빗속에 던진다.

사랑은 소유할 수 없고 아무도 날 우리 속에 가둘 수 없다는 그럴듯한 말을 하면서. 그런데 두 눈에는 눈물이 글썽인다. 갑자기 깨닫음이라고 얻었나.

경품 반지를 왼손 약지 손가락에 낀 홀리의 눈에 더 굵은 눈물이 흐르고 여자도 택시에서 내린다.

달려가 나무처럼 서서 비를 맞는 남자와 격한 키스를 한다. 그리고 이름도 없는 가엾은 고양을 찾아 품는다. 해피 앤딩이다. (명성에 비해 대단하지는 않으니 너무 큰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 좋다. )

국가: 미국

감독: 블레이크 에드워드

출연: 오드리 헵번, 조지 페파드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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