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ADHD라하면 소아나 청소년들이 겪는 질환으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실제로는 ADHD 증상이 있는 소아·청소년의 절반이상이 성인까지 증상이 진행되며, 성인에서의 유병률도 10%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현장에서는 제대로 진료조차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성인ADHD로 진단받기 까지 수많은 정신질환명으로 진단받고 수 없이 많은 치료에 실패한 후에야 ADHD 치료제를 만날 수 있는 것.
따라서 이번 콘서타OROS의 급여 확대를 계기로 성인 ADHD라는 질환이 제대로 조명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의약뉴스는 성인 ADHD연구회에서 활동하며 국내 성인 ADHD 진료실태를 연구하고 있는 마음누리 신경정신과의원 이원익 원장(사진)을 만나 성인 ADHD 진료 현실을 들어봤다.
대다수 환자는 엉뚱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원장이 들려준 국내 성인 ADHD진료 실태는 심각했다.
그가 실례로 들어준 한 환자는 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ADHD 치료를 통해 새로운 삶을 얻기 까지 3년여간 온갖 정신질환으로 오진되며 그에 따른 갖가지 치료제들을 복용해야 했다.
이 원장은 “연구 결과 ADHD로 진단된 환자의 87%는 다른 질환으로 내원한 케이스였다”며 “실제로 성인 ADHD환자의 75%는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은 2차적으로 나타나는 동반질환으로 ADHD가 있음을 알게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성인에게 나타나는 ADHD를 진단 해 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가 소개했던 케이스의 환자 역시 여러 대학병원을 거쳤지만, ADHD를 의심받은 경우는 없었으며 심지어는 정 반대의 효과를 나타내는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해 심각한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따라서 성인 ADHD에 대해 대국민 홍보 뿐 아니라 의료진에 대한 인식개선도 시급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이 원장은 “뒤늦게 ADHD로 진단받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억울하다’는 것”이라며 참담한 치료현실을 토로했다.
ADHD, 약물치료만이 답이다
ADHD치료에는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나 심리치료 등이 병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은 약물 뿐이라는 것이 이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연구에서 약물 단독치료나 약물에 기타 보조치료를 병행한 경우나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러나 약물을 제외한 보조치료법만으로는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것은 그 어떤 질환보다 ADHD치료제의 반응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 연구결과에 따르면 ADHD 환자의 70~80%는 치료제에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도파민을 늘리는 ADHD 치료제의 특성으로 인해 약을 전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이 원장은 “주의력과 집중력은 다르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ADHD 치료제를 집중력을 높여주는 약으로 오용하는 경향이 많은데 정상인이 복용할 경우 도파민 과다 분비로 자살충동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의력 결핍은 집중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하고 어느 한 가지 일에 과다하게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일 뿐 집중력 부족과는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대학생들 사이에 집중력을 높여 공부를 잘하도록 도와주는 약으로 오인돼 전용에 따른 부작용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우리 나라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그러한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용과 남용의 문제만 아니라면 ADHD치료제는 FDA나 NICE 등에서도 인정한 안전한 치료제”라며 “장기 처방에도 치명적인 부작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ADHD환자는 방향이 다른 것 뿐이다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성인에서의 ADHD 유병률은 10~1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연구에서는 ADHD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200조원을 넘어선다는 보고도 있었다.
그러나 ADHD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이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주의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주의력이 좋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일 뿐이며, ADHD를 가진 사람들은 그 방향이 다른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ADHD로 인해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침소봉대하거나 욱하는 성격 등 사회적인 기준에서 벗어나는 행동들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치료가 필요한 지 여부는 환자 본인이 선택할 몫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원장은 “주의력이 나쁘다는 것은 기질적인 특징일 뿐”이라며 “이러한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성취가 있으면 병원에 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ADHD 치료를 경험한 환자들의 경우에도 치료제의 도움으로 사회가 바라는 기준에 적응하고 성취감을 얻으면 약의 도움이 없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단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이미 ADHD로 인해 사회에서 좌절을 경험한 환자들로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DHD를 빠르게 진단하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2차적인 증상에만 매달리면, 아무런 변화없이 돌고 도는 치료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인식개선이 이뤄지기를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