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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란(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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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란(1985)
  • 의약뉴스
  • 승인 2013.02.0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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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의 영화로 딱 한편을 꼽아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는다. 내 인생을 바꾼 단 한권의 책을 골라달라는 말만큼이나 곤혹스러운 질문이다. 유일한 하나를 선정하는 일은 어렵다.

그래서 이것저것 손꼽다 보면 영화든 책이든 십여 편이 훌쩍 넘어간다. 질문한 사람은 실망하기 그지없다. 이 바쁜 세상에 그렇게 많은 영화와, 그렇게 많은 책을 읽을 시간은 없다며 괜한 질문을 한 사람처럼 실망의 그림자가 어른 거른다.

하지만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딱 한편의 영화를 꼽아달라면 ‘란’을 추천하고 싶다. 이것은 내가 추천한 것이 아니고 75살 나이에 란을 만든 감독이 스스로 ‘내 필생의 역작’이니 ‘인류에게 보내는 유언’이니 하는 거창한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과연 영화는 감독의 이런 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한다. 런닝 타임이 2시간 40분으로 제법 길지만 끝나고 나서야 끝났구나하고 느낄 정도로 시간개념이 없다.

영화는 힘센자가 죽이고 힘 약한 자가 죽는 16세기 일본, 전국시대. 화려한 인생을 산 승리자 이치몬드 히데토라(나카다이 다츠야) 는 거대한 성의 주인인 영주로 70살 까지 살았으니 이제 은퇴를 하려한다.

 

모든 군주가 그렇듯 그도 성을 백성에게 돌려주지 않고 아들에게 물려준다.

장성한 세 아들에게 하나씩 성을 물려주고 번갈아 가며 아들에게 신세를 지면서 인생을 마무리 하려는 소박을 꿈을 꾼다.

하지만 권력을 받은 큰 아들 타로(테라오 아키라)와 둘째 아들 지로 (네즈 진파치)는 권력에 눈이 멀어 아버지를 제거하려 한다. 시아버지에게 자신의 가문이 풍비박산 난 큰 며느리 카에데(하리다 미에코)는 기회를 보면서 집안을 박살낼 복수를 준비한다.

남편을 꼬드겨 권력의 진짜 주인이 되라며 아버지와 이간질 시킨다.

전쟁에서 남편이 죽자 큰 며느리는 일단 섹스로 둘째 제부를 제압하고 그의 아내가 된다. 요염함 뒤에 숨겨진 간부의 잔학함이 농후하다. 그리고 마침내 손아래 동서의 목을 소금에 절여 오게 한다. 성은 불타고 집안은 카에데의 계획대로 화마에 휩쌓인다.

광야에서 미친 아버지는 뒤늦게 셋째 아들 사부로( 류다이 스케)의 보호를 받지만 그 아들 마저 죽는다. 비극이다. 하지만 그 스스로가 저지른 원죄를 생각하면 비극은 인과응보인 것처럼 보인다.

세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을 일본의 전국시대로 옮겨 놓은 영화는 거대한 부처님의 모습을 화면에 비춤으로써 지난 시절의 업보인 불교 사상을 영화에 녹여낸다.

세 아들의 군대를 상징하는 화려한 색채가 매우 강렬하며 기마병들의 전투장면은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달아나는 삶 대신 죽음을 마주하고 비겁하게 물러서지 않는 병사들의 맹목적인 복종이 혀를 차게 한다.
국가: 프랑스 일본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출연: 나카다이 다츠야, 류다이 스케, 하리다 미에코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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